돌아가기

유경의 대화록을 찾아온 친구들, 반갑습니다.
이 대화록은 아래로 스크롤하며 이어집니다.

2022년 2학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3학년 전공 수업 Physical Workshop(2)(표기상 워크숍이 정확한) 수업을 듣던 유경은 자신의 약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어떤 소개에서도 말하지 않던 사실을 말입니다.
대안학교를 다녔다는 이력 말입니다.
돌아보니 지금 자신을 이루는 상당수를 그곳에서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를 다녔던 당시를 회고하며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고 이곳에 기록합니다.
Q: 대안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몇 년이 흘렀군요.
잘 지냈나요?
네. 무탈히, 여러 사람들 덕분에 잘 지냈어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동안 저는 미국과 일본, 대만(시간 순)에 다녀왔어요.
그리고 왜 대학에 가야 하지 의문을 품다가 평범한 길에 묻혀가는 걸 택했고요.
낡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선 기름칠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내왔어요.
Q: 기름칠을 잘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요.
할 일들, 특히 학기 중이면 눈앞의 과제들을 챙기는 일만으로도 벅차서 멀리 보는 법을 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겨울 방학 동안 수행자의 태도를 익혀보려 해요.
Q: 대안학교에서는 무엇에 관심을 두고 배웠나요?
인문학, 생태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책을 읽고 얘기하는 수업, 농사를 짓는 수업처럼 함께 활동을 했던 수업들이 기억에 남아요.
Q: 등교를 위해 문 밖으로 나서기 전까지 했던 일들이 있을까요?
아침 풍경이 눈에 그려질 만큼 자세하게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점이 아쉽네요.
아마 후다닥 씻고서 같은 방 친구들과 아침을 먹으러 학교 식당으로 갔을 거예요.
270분마다 버스가 한 대씩 올 만큼 외곽에 있던 학교라서 뻥 뚫린 하늘을 보며 기숙사에서 학교로 향했어요.
아침을 먹고선 각자 자신의 그릇을 설거지하고 교실로 들어가 오전 수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대안학교를 다니며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나요?
경험과 친구들이요.
경로를 이탈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도 괜찮다는 경험 말이에요.
시야를 넓게 뜨고서 함께 걸어갈 친구들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Q: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졸업 후에는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오늘이와의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했을 때 오늘이가 해준 답변에 공감했어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국경에 상관없이 계속 고민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Q: 대안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행보를 궁금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평범한 인연은 아니다 보니 끈끈한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디에 있든 만나면 반갑고, 무얼 하든 이들의 행보를 응원하게 돼요.
Q: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관심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과거에 배웠던 것들의 영향일까요, 저는 생태와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세계가 더 넓은 범주의 대상과 가치를 포용하도록 길을 닦고 싶어요.
Q: 유경에게 대안학교란 무엇인가요?
소모되지 않는, 휘발되지 않는 배움의 공간 같아요.
Q: 10년 후 어떤 길 위에 있기를, 어떤 길 내기를 꿈꾸나요?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침)
[인터뷰 업데이트]
Dec 23rd 2022 F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