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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와의 대화록에 앞서
이 대화록의 바탕에는 존 버거의 말이 자리합니다.
''The industrial society... recognises nothing except the power to acquire...
No other kind of hope or satisfaction or pleasure can any longer be envisaged within the culture of capitalism.''
대화록을 가공하며 물질을 좇는 자본주의 시스템과는 다른 느슨한 연결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대화에 함께한 오늘이는 멋짓을 배우는 대안학교 파티 재학생입니다.
이 웹의 운영자이자 한때 대안학교에 다녔던 유경 혹은 초록과는 사바이가든에서 만났습니다.
까르의 공연을 보러 모였던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사바이가든에서의 첫 대화 이후로 두 번째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안학교를 다녔던 혹은 다니는 친구들은 어디서 무얼 할까?
어디에서 길을 내며 지내고 있을까?
그 마음들이, 사람들이 늘 궁금하던 유경은 파티에 다닌다고 했던 오늘이가 궁금해 대화를 청했습니다.
초록: 사바이가든에서 만난 이후로 몇 달이 흘렀군요. 잘 지냈나요?

오늘이: 네. 초록과 만난 곳은 사바이가든이었지요. 그곳에서의 시간은 꼭 꿈을 꾼 것만 같이 느껴져요. 저는 잘 지냈습니다! 초록도 잘 지내시지요?

초록: 스스로를 수식하는 정보로 자주 언급하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늘이: "저는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토요일에는 사직동그가게에 출근을 하고, 일요일에는 자유시간을 보냅니다."를 제일 먼저 그리고 자주 설명하네요. 제 일주일 일과를 제일 자주 언급합니다!

초록: 파티에서는 무엇에 관심을 두고 배우고 있나요?

오늘이: 개인적으로 그동안 쭉 관심을 가져온 분야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북디자인, 그래픽 작업 쪽이에요.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비슷할 것 같고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동안 해왔던 것을 내려놓고 여러 워크숍 수업들을 잘 파악하고 따라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초록: 등교를 위해 문 밖으로 나서기 전까지 하는 일들이 있을까요? 오늘이의 아침 풍경이 궁금해요.

오늘이: 저는 아침에 일어나 나갈 준비는 15분-20분 만에 끝내요. 간단한 샤워를 하고 점심 도시락을 싸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섭니다. 그 시간대에는 집 근처 카페들은 막 오픈 준비를 하고 비둘기들은 분주히 아침을 찾아다녀요. 저는 망원에서 합정을 가고, 다시 합정에서 파주를 가는데요, 매일 빨간 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달려 학교를 갑니다. 요새는 가는 길에 물안개가 자주 깔려있어요. 버스에서 내리면 짧은 가로수길이 있어요. 그 가로수길을 지나 학교에 도착합니다.

초록: 파티를 다니며 무엇을 얻어가나요?

오늘이: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며 다양한 작업자의 태도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파티는 한 학년당 인원이 적고 1학년은 수업이 대부분 짧고 다양한 종류의 워크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그래서 작가, 건축가, 디자이너, 연구자처럼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 더 긴밀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들이 자주 있는 것 같아요. 그 기회들을 계속해서 잘 이용해보려 노력 중입니다.

초록: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졸업 후에는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오늘이: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다만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힘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싶습니다.

초록: 바쁘고 지칠 때마다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나 반복하는 버릇 같은 게 있다면요?

오늘이: 일기를 무지 많이 써요. 평소에는 일기를 많이 쓰진 않는데 힘든 날에는 일기가 술술 써지더라고요. 욕도 자주 쓰고,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얘기들을 다 적으면 속이 좀 후련해져요. 머리도 좀 맑아지고요. 그럼 조금 정돈된 언어로 디시 한 번 그 일에 대해서 적어요. 그리고 나선 그 일기는 다신 들춰보지 않아요. ㅎㅎ

초록: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관심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오늘이: 동물권, 생명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같은 선상에서 만나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을 상상하고 꾸려나가고 싶어요.

초록: 오늘이에게 대안학교란 무엇인가요?

오늘이: 세상의 한 틈을 보여주는 문인 것 같아요. 다양한 삶의 방식의 실마리를 흘려주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초록: 10년 후 어떤 길 위에 있기를, 어떤 길 내기를 꿈꾸나요?

오늘이: 10년 후를 생각하면 많이 막막하지만... 계속해서 배움을 찾는, 알아가고 만나고픈 일들이 많은 길 위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 Nov 23rd 2022 Wed
[업데이트] Dec 22nd 2022 Thu